용산구 이촌2동 주택가 골목 2층에 있는 커피 집...간판은 이것이 전부다. 그래서 관심이 없는 이들 눈에는 보이지 않다. 이름도 커피 공장으로 되어 있어 커피를 볶는 집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곳에 10년 가까이 있었는데, 이제 서야 가본다.  

출입구나 가파른 계단이 쉽게 발길을 잡을 수는 없다. 그런데 천천히 다시 보니 나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피 전문점이다’라고... 계단을 오르면  

확실해진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새것은 아니지만 뭔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올라온 계단을 내려 보면 다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거 같은 믿음도 생긴다. 그리고 안이 궁금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나름 넓은 공간과 커피 향이 나를 반긴다. 그러면서 속으로 외친다. "아! 여기에 이런 공간이 있었네!...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가파른 계단을 올라온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  

창문 쪽으로 시선을 두면 작은 탁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그렇다고 이곳이 창밖 뷰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원래 있던 공간을 활용한 것이 재미가 있다. 커피공장의 느낌을 강조하는 소품과 관련 제품 전시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내부 공간은 커피와 관련된 제품이나 용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새것은 아니고, 실내 인테리어도 없다. 그런데 정갈하다는 느낌이 기분이 좋다. 오래된 공간인데 윤기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왠지 기분을 좋게 만든다.

화장실도 기존 것 그대로다. 그런데 나름 관리를 잘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커피 맛이다. 커피 맛은 일품이다. 여름에 파는 팥빙수도 그만이다. 팥 맛이 아주 좋다. 복잡하지 않고 조용하다. 혼자 조용한 사색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아주 그만이다. 나는 이런 곳의 이런 감성이 좋다. 오래된 것을 오랜 된 것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힘....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영자의 자세이다. 이런 곳의 기본은 깨끗해야 하고 정리 정돈이 기본이다. 여기에 맛이 보장되면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

고객은 반드시 유명한 브랜드 그리고 화려한 시설을 갖춘 공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미지와 감성 그리고 커피전문점의 본질인 커피 맛이 중요하다. 화려하고 멋있는데 커피 맛이 별로인 브랜드 보다는 화려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만 커피 맛이 좋은 감성이 있는 공간이 더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버티는 힘이 강한 '커피공장 103'의 감성을 응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