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을 자주 간다. 그 산자락에 숲길이 있다. 이 사진은 그곳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을 본다. 저 멀리 좁지만 길은 보인다. 하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길은 목표와 방향이 정해진 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는 이 길이 무엇을 위한 길인지 의문이 생긴다.

수많은 나무들이 내 길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나무를 자르면 길은 더 넓어진다. 하지만 나무는 줄어들고 동시에 숨어있던 많은 길들도 사라진다. 도시계획처럼 반듯하게 만드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창업과 경영에서도 이 부분을 잘 생각해 볼 일이다. 빨리 가는 것이 천천히 가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많은 것이 적은 것을 이긴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생각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하는 생각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충분한 공간이 있다. 그것이 세상이치다.

도시재생, 골목상권 살리기 등등의 일들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떤 길을 만들고 누구에게 그 길을 걷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보기 좋게 보이는 것 중심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감성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골목이 말하고 소외된 도시가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인문학적인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촘촘히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답답하니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혼 없는 이야기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던 항상 비슷한 생각을 한다. 본질에 충실했으면 한다. 창업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창업을 하는 당사자나 관련 일을 하는 이들은 일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이곳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 내 카페다. 코로나와 추운 날씨 탓으로 야외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은 정겹게 보인다. 마치 탁자와 의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그렇게 믿으면서 그냥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사업을 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고객을 대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나의 생각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하거나 그런 위치에 있는 이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경영자의 경우는 더욱더 세심하고 민감하게 보아야 한다. 테이블 하나를 치우면 조화로움을 망친다. 이는 탁자와 의자는 자기가 위치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영도 그렇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원 개개인이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하기 때문에 성과가 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경영자가 진정한 리더다.

그 자리에 배치하고 그 일을 하도록 한 것은 경영자이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이는 조직원이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가맹점 사업자가 잘못하면 망한다. 그 책임은 본사에 있다. 본사가 가맹점 개설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잘 해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되면 그 공은 가맹점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당한 경영자의 모습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 내 브랜드라서 그렇다는 생각은 옹졸하고 이기적이다. 왜냐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자와 탁자의 배치는 내가 했지만 의자 탁자의 본연의 역할은 그 들이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갑용·이타창업연구소 (www.itabiz.net) 소장